용산마을신문 협동조합-잊고 지내던 기자의 꿈을 복원하다
오마이뉴스 박상규기자가 용산에 왔다. 10년 넘게 기자 밥을 먹은 그가 용산마을신문 기자학교에 와서 강의를 했다. 글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궁금했다. 연애편지를 쓰듯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도 연애 편지를 여러 번 썼었다. 중학교 때 짝사랑하는 아이에게 편지를 썼지만 보내지는 못했다. 고등학교 때도 그랬었던 것 같다. 우유부단하고 수줍음 많은 내 성격에 말보다는 편지가 마음을 전달하기는 좋았지만 그 편지를 전달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애편지를 쓴다면 내가 그를 어떻게 그리워하는지, 나의 마음을 가장 잘 보여주고 싶어서 밤잠도 잊고 할 수 있는 모든 정성을 쏟아 붓는다.
신문 기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사실을 의견을 느낌을 정성을 전달하는 것이다. 연습이 많을수록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10년차 기자가 앞으로 하고 싶은 게 마을신문이라고 한다. 기자가 직업이니 쓰고 싶지 않은 글도 써야 월급을 받을 수 있다.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는 꿈을 말하는데 마을신문이 그런 마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으로 풀뿌리신문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옥천신문 전 편집장 권단씨도 용산에 와서 강의를 했다. “풀뿌리언론은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상하좌우 상관없이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야 한다,”면서 “지역 언론이 살아있어야 지역 민중의 역사가 제대로 기록된다.”고 풀뿌리 언론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했다. 옥천신문은 지역에서 어떤 중앙일간지보다 많이 읽히는 신문이다. 부러웠다.
도봉구의 마을신문 도봉엔(도봉N)의 이상호기자도 주민기자학교에서 재미있게 강의를 해주었다. 벌써 3년 넘게 주민들이 신문을 만들고 있다. 마을신문을 만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으로 공중파 방송과 중앙 일간지에도 도봉엔의 이야기가 실렸었다. 이상호기자는 동네를 발로 뛰어다니며 기사를 쓰는 법을 강의해주었다. 주민기자들이 힘들고 재정도 어려워 그만두고 싶은 적이 많았지만 그 때마다 다시 힘을 모아 지금까지 신문을 발간하고 있다고 어렵더라도 재미있게 꼭 신문을 만들라고 용기를 주었다.
용산마을신문은 처음에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뉴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신문을 생각했었다. 월 20만원의 사이트 이용료만 있으면 주민기자들의 기사로 저렴하게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주민기자학교를 통해 주민기자를 모으고 인터넷언론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덜컥 마을기업을 지정되어 사업비를 받게 되었다. 그래서 11월부터 창간준비호를 내고 1월 창간호를 앞두고 있다. 매월 1만부를 15명의 주민기자들의 기사로 제작했다. 협동조합 설립인가도 받았고 정기간행물 등록, 사업자등록도 다 되어있어 어엿한 협동조합 신문이 된 것이다.
용산의 16개 동사무소와 생협, 동자동사랑방, 공방, 나눔의 집, 고래이야기 등 10여개 여러 마을공동체, 5개 아파트 단지에도 배포가 되고 있다. 주민기자로 참여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 주민기자들이 쓴 동네이야기가 신문으로 발행되어 나온 것을 보면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고등학교 때 나의 꿈은 기자였다. 텔레비전에서 어떤 드라마에서 의협심 높은 열혈기자를 보면서 나도 저거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서는 외대학보사에서 대학신문을 3년동안 만들었다. 그 때는 지금처럼 컴퓨터 편집이 아니었다. 기사를 출력한 종이를 칼로 오려붙여서 신문을 편집했다.
대학신문 기자를 마치면서 기자는 안하겠다고 생각했다. 기사 작성을 염두해 두고 취재원을 만나고 행사를 취재하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보다는 그냥 우리 사회를 바꾸는 실천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 내가 지금은 동네에서 주민기자로 참여하고 있다. 여러 가지 지역 활동을 하면서 동네이야기를 글로 쓰는 일, 기록하는 일을 해보고 싶기 때문이다. 지역 신문을 통해 동네이야기를 주민들과 나누고 싶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면서 접었던 기자의 꿈을 동네에서 실현하고 있다니 역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다.
풀뿌리 언론은 3년도 버티기가 어렵다고 한다. 광고와 구독 후원으로 신문을 운영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중앙 중심의 정치, 여론형성, 경제 구조 때문에 지역이야기를 싣는 신문이 주민들의 관심을 끌기가 어렵다. 하지만 전국엔 지역언론의 역할을 다하면서 주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자립구조를 갖춘 풀뿌리언론들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용산마을신문도 아기자기한 동네 이야기, 시시콜콜하지만 정겨운 동네 사람이야기, 소소한 동네사람들의 생각과 의견을 잘 담아내면서 5년, 10년 살아남기를 골똘히 구상하고 있다.
“풀뿌리 언론의 힘은 참여입니다.” 주민들의 참여가 가장 중요할 것이다.
1월 창간호가 발행된다. 전업기자가 아닌 주민들이 글을 쓰고 주민들이 배포하는 신문, 용산마을신문이 나올 때마다 용산주민들의 역사가 기록되고 주민들의 생각이 골목골목에 뿌려진다.
용산마을신문은 1년 안에 100만원 광고, 100만원 후원회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과연 그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나도 마을신문을 함께 만드는 주민기자로서 한몫을 해야 한다. (2014년 1월 18일-보리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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