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형 독감(1209)
독감보다 지독한 우리사회의 적폐들
중학교 2학년 아이가 독감에 걸렸다. 열이 나고 머리가 아팠다.
5일 동안 학교를 가지 못했다. 동네 병원에서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
의사는 덤덩하게 요즘 독감이 유행이라면서 해마다 독감예방주사를 맞아야 고생 안한다고 강조했다.
A형 독감은 신종플루만큼 전염성이 강하단다. 독감 약이 매우 독한지 아이는 밥 먹고 감기 약을 삼키고는 깊은 잠에 빠졌다. 한참을 자고 일어나면 온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이번 주말에 혹시나 주변 사람들에게 독감이 전염될까 걱정되어 나는 몇 가지 약속을 취소하고 집에서 있었다. 그 덕에 집에서 나는 오래간만에 주말다운 휴식을 취했다. 선물 같은 독감 휴식이었다. 아침 일찍 집 앞 목욕탕에도 다녀오고 오후에는 생전처음 백김치를 담뒀다. 명태로 육수를 내고 생강, 마늘, 양파, 무, 밥알을 갈아 생강청, 멸치액젓을 섞어선 백김치 양념을 만들어 미리 구입한 절임배추에 재웠다. 커다란 통으로 두 개를 만들었으니 꽤 오래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담근 김치는 상온에서 하루를 두었다가 냉장고에 넣으면 맛있는 백 김치가 될 것이다.
아픈 아이를 집에 두고 밤에는 최근에 개봉한 영화도 봤다. 97년 IMF 금융구제신청을 다룬 ‘국가부도의 날’이다. 영화를 함께 본, 감기에 안 걸린 중1 딸아이는 영화가 정말 재미있단다. 지금 우리가 겪는 일들이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면서 “1달러가 얼마야?, 부도가 뭐야?” 영화와 관련된 질문도 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기말고사라 일주일을 고생하고 A형 독감을 갓 벗어난 아이는 일요일 저녁부터 기말고사 시험공부를 시작했다.
공부가 싫으면서도 시험공부를 벗어나지 못하는 아이를 보면서 그리고 아이에게 시험공부를 재촉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학교 시험은 우리사회가 앓고 있는 지독한 독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도 어른도 그 독감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수십 년 전부터 입시지옥을 벗어나려고 고생을 했지만 아직도 초중고 교육은 입시중심, 경쟁중심 교육으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천문학적인 사교육비, 전 세계에서 가장 긴 학습노동시간, 성적을 비관해 자살하는 아이들, 경쟁에 익숙해진 학교 풍경보다 고통스런 독감이 과연 어디 있단 말인가?
입시중심 교육만큼 치료가 절실한 질병, 우리사회에 만연한 악성 독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집 없는 서민을 절망케 하는 치솟는 부동산, 노동을 경시하고 갑 질이 횡행하는 직장, 골목골목까지 경제를 장악하려는 재벌 대기업, 생명과 안전보다는 돈벌이와 효율성에 혈안이 된 사회 문화, 국민들보다 자신들의 기득권 챙기기에 급급한 썩은 정치 등등.
독감은 예방주사를 미리 맞으면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과연 오래된 우리사회의 적폐, 온 국민을 힘들게 하는 이런 나쁜 것들은 어떻게 치료할까? 예방주사는 이미 늦었다. 이제는 혁명에 버금가는 철저한 체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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