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깍두기하면 조폭(조직폭력배)이 연상된다. 요즘에도 그런 깍두기 머리 헤어스타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영화엔 자주 등장하곤 한다.
깍두기는 이쪽도 저쪽도 아닌 왔다갔다 하는 놀이 참여자를 말하기도 한다. 깍두기가 있는 놀이 문화는 좋은 점도 많다. 지금은 아이들 놀이 풍경을 동네에서 보기 어렵다.
그 깍두기는 무로 만든 김치다. 하얀 무에 뻘건 고춧가루를 버무려서 조화를 이루면 맛있는 음식이 된다. 맛좋은 깍두기는 설렁탕을 먹을 때 진가를 발휘하기도 하지만 어떤 음식에도 잘 어울리는 국민 반찬이다.
11월말 김장철에 깍두기를 만들었다.
행복중심 용산생협에서 50만원어치 무와 고춧가루, 소금, 생강, 파, 액젓 등을 주문했다.
오후2시부터 용산시민연대 사무실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여서 많은 양의 무를 씻고 잘라 깍두기 모양을 만들고는 소금에 30분 정도 절였다.
그랬더니 소금물이 배어 나왔다. 양념은 준비한 고춧가루, 대파, 양파, 액젓, 작은새우, 생강 등을 섞어서 만들었다. 한 소쿠리 양념도 30분 이상 숙성을 위해 재워놓았다. 그러고는 중간에 돼지고기를 삶아 막걸리를 한잔씩 했다.
마무리 작업은 소금에 절인 무와 양념을 버무리는 일이다. 시간은 오래 안걸렸다.
10명이 공동작업을 벌이니 많은 양의 깍두기를 오래 걸리지 않고 할 수 있었는데 펼쳐놓은 재료들을 깍두기로 만들어 반찬통에 담아놓으니 생각보다는 양이 적어보였다.
이런 약간 허탈한 기분은 나물요리를 하거나 각종 김치를 만들 때마다 항상 느끼는 일이다.
정성스레 담근 깍두기를 주말 이틀 동안 사무실에 두었다가 동자동사랑방 식도락과 중증장애인독립생활연대에 차로 배달을 했다. 용산희망나눔센터에서도 홀몸어르신 밑반찬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깍두기를 만들고 나니 아쉬움도 있다.
갓김치나 쪽파를 넣었으면 좋았을 것을, 설탕을 좀 더 넣어야 단맛이 더 있을 것을, 돼지고기를 미리 삶아놓아 고생한 모두가 함께 맛이라도 보았으면 좋았을 것을.
아쉬움도 있지만 모두들 고생했고 드시는 분들이 최고의 재료로 정성을 담아 만든 깍두기를 맛있게 냠냠 하셨으면 한다.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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