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뜨거운 가을 일요일
중학교 동문 체육대회가 열렸다.
양평군 강하면에 유일한 중학교 강하중학교에서.
마흔 살인 내가 5기 졸업생이니 학교가 생긴지 그리 오래된 것은 아니다.
학생수는 시골 여느 학교들이 그렇듯이 예전의 절반도 안된다.
1학년, 2학년, 3학년 모두 합쳐 60여명이란다.
축구도 하고 족구도 하고 이어달리기도 하고
선후배간의 운동경기가 이어졌다.
11시경에 개회식, 국민의례에서 선수선서까지 할 건 다한다.
130여명이 조금 넘는 동문체육대회라도 시골에서는 큰 행사인지라
군수부터 도의원, 농협조합장까지 지역유지들이 인사차 내빈석을 채웠다.
개회사와 축사가 이어지고 교가를 불렀다.
오랜만에 불러도 사람들이 대충 따라한다.
예전에는 매주 한차례정도씩 전체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애국조회라는 것을
했었다. 그래서 교가는 저절로 외워졌다. 시간이 지나도 생각날 정도로.
동문체육대회는 매년 열려도 참석은 매우 저조했었다.
60여명가운데 열명 안팎이 모이는 수준.
그러다 보니 매년 한번도 안오다 어찌하여 오는 친구들이 있다.
올해도 몇명의 친구들이 처음 참석했다.
20년이 넘게 처음보는 친구들은 얼굴을 보고도 누군지 이름을 대지 못한다.
그래도 금방 담을 허물고 이야기 꽃을 피운다.
올해는 그래도 몇번 문자도 보내고 전화도 한지라 스무명 정도가 모였다.
여자들은 4명 참석 뿐. 역시 아직은 여성들의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하다.
운동 중간에 술잔을 기울이다보니 몇 친구들은 점심 경부터 취기가 한 껏 올랐다.
고향 친구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함께 다닌 친구들도 꽤 있다.
시골의 작은 중학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아직도 그대로이다.
"예전에는 운동장이 꽤 컸는데, 지금은 쪼그맣다"고 한 친구가 이야기 한다.
오랜 만에 모였는데 카메라를 가져온 친구도 없다.
그래서 아쉽기는 하지만 핸드폰으로 기념 촬영도 했다.
이번 모임에 문자도 보내고 연락도 했다는 이유로
나는 졸지에 기수 회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동안 참석도 저조한데 회장노릇하며 맘고생한 친구에게 미안해
못한다고 빼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년에는 봄, 가을 두번 정도 모이자고 제안했다.
과연 1/3 정도인 스무명 이상이 모일 수 있을까?
쉽지는 않지만 정성만 들이면 어려운 일도 아니긴 하다.
과거 학창시절 추억은 40줄에 들어선 우리들에게 소중한 재산이다.
그리고 친구들은 아무것도 주고 받는 것 없어도 마음껏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는
천상 '고향 친구'이다. 성장해 사회에서 만난 친구들과 고향친구는 많이 다르다.
모두 힘들게 아이들을 키우고 생업을 하고 있다. 직장인들은 그대로
사업하는 놈들도 그만큼...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헤어지면서 인사를 나누었다.
등뒤로 가을 해가 뉘엇뉘엇 기울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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