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3>나이 한 살을 더 먹는 다는 것은?

보리아빠 이원영 2013. 12. 31. 17:41

나이 한 살을 더 먹는 다는 것은?

 

12월 마지막 날이다. 좌충우돌 열심히 살아온 2013년이 오늘로 끝이다. 아이들과 마눌님은 과천과학관에 갔다. 나는 한 번도 아이들과 함께 가질 못한 곳이다. 아들 놈이 함께 갈 수 있겠냐고 묻길래 아빠 약속 있어서 어려워라고 대답했다.

20, 30대를 거쳐 40대 중반이지만 난 나이를 먹는 것이 그다지 나쁘지는 않았다. 그 나이에 걸맞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서 일수도 있다. 아름답게 황혼을 보내는 것을 삶의 목표로 삼고 있기에 지금 하루하루의 삶도 그 목표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40대가 넘으면서 나이가 먹는 것이 그리 좋은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 체력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면서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제법 건강한 나 자신에 감사하며 틈틈이 적당하게 운동도 해왔기에 힘이 딸린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전에 비해 확실히 몸이 녹슬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작년, 올해 거의 운동을 안 하고 산 것이 커다란 원인일 수도 있다.

지금 수준의 체력으로는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리산 종주 힘들 것 같다. 40분 축구경기 어려울 것 같다. 건강한 삶을 위해 더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엊그제 아는 사람과 차를 마시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나이를 한 살 더 먹으면서 변화하는 것은 머리가 나빠진다는 점이다. 몸도 녹슬고 머리도 녹이 스는 것이다. 말이나 글로 뭔가를 표현을 할 때 적절한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는다. 30대 중반에 국회의원 보좌관 할 때 정책 관련 글을 쓰거나 사업 기획서를 작성할 때와 지금을 비교를 해보게 되는데 요즘에는 같은 양의 글을 써도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발전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더 많은 집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제일 큰 변화는 욕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혈기 왕성할 때는 십년 후 나의 미래를 꿈꾸면서 사회적으로 나의 자리를 높게 잡았다. 진보적인 정부를 꿈꾸면서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에 내가 있어야겠다.’는 꿈을 꾸었다. 그만큼 나의 능력도 더 배가 될 수 있기를 바랬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 작은 일, 사소한 역할이라도 올바른 일을 하기를 바란다. , 아이를 키우면서 누구보다 좋은 부모가 되기를, 아이를 잘 키우는 지혜로운 부모가 될 것을 다짐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사소한 일로 아이들에게 잔소리하는 나, 화를 버럭 내는 나를 보면서 그냥 너그러운 부모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변화했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부모가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조차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안다. 얼마 전 교육방송(EBS) 프로그램에 나온 잘사는 삶이란 자식들이 정직, 공정, 배려를 생각할 때 당신을 떠올리는 삶이다”(잭슨브라운주니어)라는 문구를 보고 맘에 들어 노트에 적었다. 과연 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정직하기도, 공정하기도, 배려가 깊기도 어려운데 자식들에게 그렇게 보일 수 있을까?

 

예전에는 처세술 관련 책을 읽고 강의를 접하면서 나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 성공적인 삶을 위해 변화해야 할 것, 계획해야 할 것에 대한 제안들에 쉽게 공감을 하고 '나도 그렇게 꼭 해야겠다'는 결심을 기회있을 때마다 자주 했다. ‘절대로 처세술 책을 읽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내 삶에 만족하는 것, 부지런히 노력하는 것, 그 과정을 즐기는 것이 행복의 길이고 성공의 길이라는 생각이 든다.

 

허황된 꿈을 꾸지는 말아야겠지만 그렇다고 꿈을 잃어버리고 살고 싶지는 않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여유롭게 글을 쓰는 것도 큰 행복이다. 2014년에는 어떻게 살아갈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도 행복이다. 지금은 오후5시이다. 내가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다면 퇴근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을 테고 시민단체에 매여 있다면 종무식을 마치고 동료들과 이른 술 한잔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 지갑은 비어 있고 입술은 꺼칠어지고 감기에 걸려 콧물을 흘리고 있지만 그래도 감사하다. 지금 내 모습이 고맙고 대견하다.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마흔 다섯 내년 한해도 잘 살아 갈 수 있지 않을까? (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