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용문시장은 살아나야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필요한 물건들을 구입한다. 음식, 그릇, 옷, 신발 등등. 요즘에는 대형마트가 전국에 많이 생겨서 편리하게 물건을 구입할 수 있다. 서울역 롯데마트, 용산역 이마트가 용산구에는 있다. 가전제품에서 채소, 과일, 가구, 신발 등 없는 것이 없는 마트에는 주말이면 사람들이 발디딜 틈없이 바글바글하다.
편리함을 추구하는 풍토, 대기업이 나라의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현실 가운데에서 동네 속에 위치한 작은 시장들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이 힘겹다. 동네 구멍가게는 점점 생계를 유지하기 어렵고 시나브로 대기업 편의점으로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장사를 해야 돈을 번다고 했는데 요즘에는 장사를 하면 열에 여덟은 먹고 살기 어려운 형편이다.
원효로에 몇 년간 살면서 때로는 마트에 가고 때로는 용문시장에 가서 장을 본다. 마트에 가면 살려고 하지 않았던 물건도 충동적으로 사게 된다. 시장에 가서 장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내가 시장 상인도 아닌데 마음이 답답하고 아리다. 용문시장도 과거에는 남부럽지 않게 무척 큰 시장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초라한 시장이 되었다.
2년 전에 공덕역 부근에 이마트가 들어선다는 이야기를 듣고 용문시장 상인분들, 공덕시장 상인분들과 이마트가 들어서지 못하게 하려고 여러 곳을 뛰어다녔던 적이 있었다. 그렇지만 대기업들은 이미 사전에 법적인 절차, 행정적인 절차를 다 밟아 놓았고 이마트 입점저지를 달성하기에는 상인들의 힘이 너무도 약했다. 장사하기도 고된데 대형마트와 싸우는 일에 돈도 짬도 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더욱이 용문시장에는 상인회가 없어서 단결하여 행동을 하는 것이 불가능하였다. 결국 공덕역 이마트는 순조롭게 입점했고 그 주변에 사는 주민들을 고객으로 빨아들였다.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2킬로 내의 수백 개 작은 가게들의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그래서 동네 상권은 폐허 수준으로 변하는 피해를 당한다. 이런 문제가 점점 사회문제화 되자 상인들의 투쟁과 노력으로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 법(상생법) 등이 개정되어 전통시장 인근에는 대형마트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하고 법정휴업일 정하도록 하였지만 근원적인 해결은 되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대기업의 지역상권 침해를 규제하고 또 한편으로는 재래시장이나 동네상권을 살리기 위한 상가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 그래야 중소상인들이 계속 낭떠러지로 내몰리지 않게 될 것이다.
2013년에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용문시장에 상인회가 결성되고 인정시장으로 등록이 되었다는 것이다. 편리한 주차장도 없고 시장 안에 화장실도 없고 비가 오면 장을 보러가기 어려운 용문시장에 파릇파릇 희망이 싹트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문시장에는 인근에 래미안, 푸르지오, 리버힐, 브라운스톤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여러 개 있고 주변에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서 용산역, 서울역, 공덕역에 대형마트가 있다고 하더라도 인근 주민들이 즐겨 찾는 전통시장이 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이다.
동네시장은 단순히 지역경제 측면에서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이 재래시장이 될 수 있다. 또한 문화를 나누고 정을 나누고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공간이다. 대부분 시장안의 상인들은 그 동네 주민이어서 동네에 어떤 일이 있었고 누가 살고 있고 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많은 이야기가 오가는 마을 공론장이기도 하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상인들과 만나 정겨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대기업이 돈을 벌면 그 돈이 동네에서 순환되지 않지만 동네 시장 상인이 돈을 벌면 번 돈은 대부분 동네에서 쓰여 진다. 그렇기 때문에 지역경제 활성화의 핵심은 지역 상인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동네 식당이 망하면 인근 정육점의 매출이 줄고 미장원도 장사가 안되고 세탁소도 매출이 줄어든다. 동네 장사가 잘되면 줄줄이 매출이 늘 수 밖에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서로 돕고 사는 동네 가게들, 서로 나누며 사는 동네 주민들의 삶이 만들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용문시장 상인들과 지역공동체 주민과 상가마을 활성화를 위한 모임을 작년 12월 말에 만들었다. 상인회분들과 상가활성화와 공동체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월에는 잘되고 있는 다른 재래시장 방문을 계획하고 있고 3월에는 문화축제도 열린다. 아직 시작에 불과하지만 서울시 마을센터의 행정적인 지원도 좋은 거름이 되고 있다.
낙후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정부와 자치단체의 지원은 해마다 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상인들의 자발적인 노력이다. 상인들의 노력과 행정적인 지원이 잘 어우러지면 몇 년 안에 용문시장도 아름답게 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모님이 마포구 망원동에 살아서 장모님 댁에 갈 때마다 자주 망원시장을 간다. 잘 꾸며지고 활기있는 망원시장에 가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볼거리와 먹을거리가 많아서이다. 용문시장도 그런 시장이 되어야 한다. 주민들의 사랑을 받는 재래시장이 되어야 한다. (1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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