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밭갈기

<10>나의 게으른 종교생활

보리아빠 이원영 2014. 1. 21. 13:42

나의 게으른 종교생활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나의 마음은 과연 가난한가, 성경구절을 스스로에게 항상 질문한다.

나에게 누가 종교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기독교라고 말한다. 어느 교회를 다니냐고 물으면 청파감리교회를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말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성경이야기, 기도이야기를 하면 나는 저절로 움츠러든다. 청파교회를 다니기 시작한지 5년이 넘었고 고등학교 때, 군대에 있을 때 교회를 다니기는 했지만 나는 게으른 종교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하나님을 믿고 청년예수의 삶을 살고 싶은 기독교인이다. 종교가 없는 사람도 있을 테고 종교가 있는 사람도 저마다 특색 있는 종교생활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의 종교 생활도 내 나름의 개성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은 불교신자이고 법륜스님을 참으로 좋아한다. 나는 기독교인이지만 법륜스님을 함께 존경한다.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즐겨 보고 듣는다. 사는 게 고달프고 힘들 때마다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면 사는 게 다 그렇고 그렇군, 마음을 편하게 가지자고커다란 위안이 된다. 마찬가지로 내 아내는 불교를 믿지만 내가 다니는 교회의 목사님을 존경하고 있다. 내가 다니는 교회에 내 아내는 가끔 예배를 보러 왔고 내 아내가 법륜 스님을 뵈러 갔을 때 나도 몇 번 법당엘 간 적이 있다.

우스운 이야기이지만 법륜스님을 아내에게 소개한 것은 나였다. 2년 전엔가 용산구청 아트홀에 법륜스님의 강연이 있을 때 내가 법륜스님을 처음 뵈었고 얼마 후 서대문구 문화회관에 법륜스님 강연이 있을 때 내가 아내에게 한번 가보자고 제안하면서 아내는 법륜스님의 팬이 되었다. 그후 아내는 법륜스님의 책을 여러권 사서 읽고 아침마다 백팔배를 하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내가 살던 고향의 아랫마을 작은 교회 여름 성경학교를 잠시 맛본 경험이 있고 고등학교 때는 어찌하여 알게 된 좋아하는 여자아이 얼굴을 보는 낙에 교회를 다녔다. 군대에 있을 때는 교회의 자유가 좋아서 예배당을 다녔다. 군대에 있을 때 덜컥 세례를 받기도 했다.

 

10년 전 결혼하여 용산에 살면서 어느 날 교회를 다시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기독교식으로 표현하면 하나님이 나를 다시 품으로 인도하신셈이다. 어떤 교회를 다닐까 고민하다가 문득 누가 청파교회를 추천했다.

 

교회예배당에 들어섰는데 교회 정면에 생명 평화라는 글씨의 현수막이 십자가 양편에 커다랗게 걸려 있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문구인지라 일단 마음에 들었다. 담임 목사를 맡고 있는 김기석 목사님의 설교는 나의 마음을 잔잔하게 울렸다.

청파교회는 낯선 이들이 교회에 와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특징이 있다. 교회를 나가도 아는 체 하는 사람도 없었다. 어느 주일날 이곳에서 대학 동기를 만났다. 당시 손성현 전도사였다. 외대 독일어과 동기였는데 독일 유학가기 전에 한번 만난 적이 있었다.

어쩐 일이냐?” 반갑게 인사를 했는데 그 교회를 대학 때부터 다녔고 독일 유학을 마치고서는 이 교회에서 전도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놀라운 일이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것으로 먹고사는 손 전도사는 작년에 목사안수를 받고 지금은 삼각지의 작은 교회에서 사역을 하고 있다.

 

청파교회의 김기석 목사님을 알게 된 것은 내 신앙생활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게으른 신도로 교회를 제대로 섬기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기독교인이라고 내가 스스로 다짐하게 된 것은 김기석 목사님 설교를 들으면서부터이다. “태초에 말씀이 있었다.” 나에게 말씀은 무엇일까? 그 화두는 놓지 않으려고 한다.

나의 신앙이 작년에나 올해나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나는 범사에 감사하며 산다.

김기석 목사님은 신도가 얼마 안되는 중간 규모의 목사님이지만 동료 신도의 표현에 의하면 영성이 매우 높으신 분이다. 그 분의 설교를 들으면 나도 모르게 심장의 전율이 인다.

물신주의에 빠진 한국교회를 개탄하시는 말씀도 자주 하신다.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삶이 중요하다는 것을 매우 강조하신다. 목사님 때문에 나는 큰일을 하는 것보다 올바른 일을 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읽은 톨스토이 동화가운데 구두장이 마틴이라는 작품이 있다. 동네 사람들의 구두를 수선하는 마틴은 일하는 가운데 성경을 읽는다. 그러다가 어린 아이를 안고 있는 추위에 떠는 가난한 여인, 과일을 훔치다가 잡혀 매를 맞는 아이를 위해 자신의 마음을 낸다. 어느 날 예수님이 그의 곁에 왔다. 그는 묻는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바로 내가 당신의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다. 가장 가난하고 비천한 사람들이 바로 예수님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책이다. 성경말씀을 모티브 삼아 만든 동화이다.

내가 사회의 진보를 지향하는 실천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청년예수의 삶을 믿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다니던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비록 교회를 다니지만 친구들과 과연 신이 있는가를 이야기하면 마음이 흔들리고 한편으로는 의문이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믿음은 의지입니다.” 우리는 보이는 신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지만 많은 인류가 신을 믿고 말씀을 배우며 살아가고 있다. 나도 그렇다. 부족한 의지이지만 절대자를 향해 저희의 부족함을 채워주소서, 제가 흔들림 없이 살게 도와 주소서,” 기도하면서 의지로 살아가고 있다. 부지런히 기도하는 삶도 나의 소박한 소망 중에 하나이다. (2014117-보리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