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린 겨울
-이원영 2023.01.24 정말 추운 겨울밤에
겨울은 역시 추워야 제맛이지
이런 호기를 부렸던 적이 있었다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얼음이 꽁꽁 얼고
눈이 소복소복 내리는
겨울다운 겨울은 자연스럽고 당연했다
새벽부터 아궁이에 불을 때야 했던 시절
얼어붙은 개울물에서 빨래를 해야 했던 시절
겨우내 땔나무를 걱정해야 했던 시절
내가 어렸던 시절엔
발가락에 동상이 종종 걸려도 춥지 않았고
겨울도 역시 즐거운 놀이가 있는 계절이었다.
철들어 서울살이를 시작하고
가난한 셋방살이를 전전할 때부터
겨울은 지독하게 더 추워졌다.
내복 없이는 견딜 수 없는 겨울
찬바람이 무릎으로 도둑처럼 기어들어 오는 계절
두꺼운 이불을 깔고 덮어야 하고
보일러 외출과 온수를 매일 확인해야 하는
겨울은 반갑지 않은 감기몸살같이 사라지길 바랐다
해가 갈수록 추운 겨울은
걱정해야 할 것들을 축축 늘어놓는지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욕심을 버리지 못해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
그냥 햇볕 따뜻한 날들을 간절하게 그립게 한다.
추운 겨울엔 마음이 더 시리다.
#사진 #겨울 눈덮힌 남한강 #겨울 양평 항금리 고향마을 #이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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