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희망이다/교육이야기

사교육 시장만 배불린 ‘아륀지’ 외국자본 600억원 투자 유치

보리아빠 이원영 2008. 7. 4. 16:49

사교육 시장만 배불린 ‘아륀지’ 외국자본 600억원 투자 유치

정부의 영어강화 정책이 사교육 시장에 광풍을 예고하고 있다. 외국계 자본이 몰려드는 등 사교육 시장의 '몸집 불리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초·중등 영어학원인 '아발론교육'은 3일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AIG그룹으로부터 6000만달러(약 6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단일 학원에 투입된 외국 자본 중에서는 최고 액수다.

거대 자본의 국내 사교육 시장 투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내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 인큐베스트는 올해초 초·중등 영어회화 전문학원인 청담어학원을 모태로 하고 있는 CDI 홀딩스에 164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6개월 만에 이 회사가 거둔 수익은 상장된 주식만 팔아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온라인 기업과 합작으로 온라인 영어교육 기업을 설립하기도 했다.

국내 대형 어학원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가들 사이에서 한국의 영어시장은 전세계에서 중국에 이어 2위로 알려져 있다"고 전했다.

거대 자본은 영어 시장뿐 아니라 국내 사교육 시장 전반에 뛰어들고 있다. 세계적 사모펀드인 칼라일그룹도 지난해 특목고 입시 학원인 토피아 아카데미에 184억원을 투자해 화제가 됐다.

사교육계에 대형 자본에 몰려드는 이유는 정부의 영어 교육 강화 방침 및 특목·자사고 확대 계획과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영어 교육 강화' 방향 등의 정책 때문에 영어학원이 고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외국계 투자자들이 간파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학원들이 내실보다는 외형 확장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거대 자본 투입은 증시 상장과 연계돼 있어 단기적 실적 위주로 학원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벤처기업 투자 열풍처럼 당장 수익이 나지 않으면 갑자기 자금이 빠져나가 결국 수강생만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명신 교육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영어 학원은 정부가 조금만 부추기면 활활 타오르기 쉬운 시장"이라며 "영어 몰입교육 등 정부의 설익은 영어 정책은 사교육 시장의 배만 불렸다"고 지적했다.

<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