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이야기

아동복지교사가 없어지는데 막막하다-공부방의 한숨

보리아빠 이원영 2009. 11. 17. 23:11

"아동복지교사 없어지는데 막막하다"

 

다문화가정 아동을 위한 공부방의 한숨


오늘 저녁 용산의 한 공부방 선생님을 만났다. 예전에 최순영의원실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다.

독실한 가톨릭신자인 그 여성분은 용산의 남산 밑 해방촌이라는 곳에서 공부방 일을 한지 아직 1년이 채 안되었다고 한다.

공부방 아이들은 주로 이주노동자 자녀 등 다문화가정 초등학생 아이들이다. 일반 공부방보다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신경 쓸 일이 많다. 공부방 아이들 숫자가 10명도 안되지만 부모가 외국인이라 건강문제 돌봄, 학습도움 등 세밀하게 어루만져줘야 할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 선생님에게 걱정거리가 생겼다. 1년짜리 아동복지교사가 내년에는 공부방을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계속 늘어가는데 어찌 공부방을 운영해갈지 답답할 수 밖에 없다.

이해가 안되었다. 아무리 이명박 정부의 복지정책이 뒷걸음질을 친다고 비판을 많이 받아도 어찌 공부방 교사 지원에 이렇게 인색할까?

그 분이 일하는 공부방이 지역아동센터로 아직 등록이 안되어 새로 등록한 다른 지역아동센터에 아동복지교사 배치에 순위가 밀렸기 때문이란다.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 고민해보면 해결책이 생길 것이라고 위로의 말을 전했지만 딱한 마음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눈물겨운 사연을 안고 운영되는 공부방들


모든 지역아동센터, 공부방들은 거의 예외없이 열악한 재정문제, 부족한 교사 확보 문제, 자원봉사 관리 등 어려움들이 첩첩산중이다.

아직 지역아동센터로 등록하지 못한 공부방들은 특히 더 무거운 짐을 지고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아이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해주고 싶은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있는 공부방 선생님들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작년 지역아동센터 관련 정부예산이 국회에서 반토막 났을 때 예산삭감의 주역 여당 의원들은 일말의 반성도 사과도 없었다. 국민들 대부분이 반대하는 ‘대운하 사업’을 이름 바꿔 ‘4대강 사업’이라고 불도저처럼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그들의 뚝심이 저소득층 아동들을 위한 복지사업에 적용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허망한 상상도 해보지만 생각할수록 화가 치미는 것을 어쩔 수 없었다.

내 처도 공부방을 용산지역에서 하고 있다. 4년 동안 고생고생하며 두 번의 이사 끝에 최근에 괜찮은 보금자리를 잡았다. 단언컨대 모든 공부방들이 눈물겨운 사연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부자가 아닌데도 힘들게 번 수입으로 공부방을 매월 1-2만원을 후원하고 있는 분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내 처가 일하고 있는 공부방은 지역아동센터 등록을 한지 1년이 되어가지만 아직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안되고 있다. 예전에는 어렵사리 지역아동센터 등록 조건을 맞춰 구청에 서류를 접수하고 나면 6개월 정도 후에는 운영비 지원이 나왔었다. 왜 꿩구어먹은 소식일까, 이유를 들어보니 지역아동센터는 늘어만 가는데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아동복지 예산은 제자리 걸음이기 때문이란다.


오세훈 시장과 박장규 구청장은 모를까?


서울시 오세훈 시장과 용산구 박장규 구청장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궁금하다.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공부방은 그들의 관심밖 일인가? 수백억을 서울시 홍보하는데 사용하고 있는데, 지하철에는 온갖 미사여구로 서민들의 행복을 위해 많은 일을 하고 있다고 도배를 하고 있는데.

지역아동센터나 공부방은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을 위한 교육, 문화, 급식 복지시설이다. 지역아동센터는 버스 정거장처럼 동네에 많아야 한다.

다문화가정이 많은 해방촌에 공부방은 반드시 계속 있어야 한다.

80만원도 안되는 수입이지만 공부방교사들은 아이들과 함께 부대끼면서 보람과 감동을 경험한다. 그 힘으로 전국의 공부방교사들은 오늘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다섯 끼니를 굶고 어느 날 공부방 주변을 배회하던, 얼굴이 홀쭉해진 한 아이가 공부방에서 밥상을 차려주자 어른 두 명 분량의 밥을 먹어치우는 모습을 보며 그 선생님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초겨울 추위가 갑자기 몰아친 며칠 전 아침, 그 아이가 양말도 안신고 공부방에 불쑥 나타났을때, 발이 시렵겠다며 어른 양말을 주자 주저함없이 양말을 받아 신는 그 아이를 보았을 때 그 선생님은 어떠했을까? 가슴이 먹먹하다.